집수리 필요해?
어머니가 사시는 30년 넘은 낡은 다세대 단독 주택.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오고 갈 때마다 여기저기 수리할 일이 생기고, 옥상은 여기저기 어딘가에서 빗물이 미묘하게 새서 방 창문쪽 천장과 벽이 닿는 부분들은 벽지 안으로 곰팡이가 생기고, 그리 오래지 않은 얼마전에 누수도 한 번 터진적이 있고, 콘센트는 덜그럭 거리며, 두꺼비집이 요즘 절대 볼 수 없는 진짜 그 두꺼비모양 차단기에 접지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방에 전등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배선 색이 동일함 ㅋㅋ 욕실은 대충바른 실리콘에 곰팡이가 껴서 닦이지도 않고, 세면대도 고정이 안되서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고쳤었다. 욕실 문도 나무 문 이었어서 아래쪽이 물에 불어 튿어져 나가는걸 갈아내고 퍼티로 채운후, 바니쉬로 덮어줬었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만이 답으로 보이지만, 사는게 어디 맘대로 되나. 부분 부분 눈에 띄는 곳들만 고치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두가지 문제점을 생각할 수 있다. 첫번째 문제는 돈인데, 나도 할 수 있을거 같은 작업에 돈이 꽤 들어간다. 예를들어 전등이나 콘센트 같은건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나도 가능하지만 그나마 저렴하게 사람을 불러도 몇만원씩 그냥 나가고, 욕실 타일작업은 부분작업만 부탁했는데 일당 40만원을 고스란히 받아갔다. ‘내가 할 수 있을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
두번째가 진짜 심각한데, 믿을 수 있는 업자가 별로 없고, 내가 작업과정과 내용을 모르면 일을 제대로 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세들어 사는집 욕실 타일 보수에 사람을 불렀더니, 백시멘트 남은걸 변기에 부어버려서 막혀 다 긁어냈었다. 타일을 단단하게 붙인건지도 알 수가 없고. 도배도 아는사람 있다고 해서 불렀더니, 기계쓰는 전문가들이면 2~3시간이면 충분할걸, 혼자와서 직접 풀칠하며 낑낑대며 하루종일 작업을 하는꼴을 봤다. 현관문 교체는 문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돈을 다 받아가고 나니 클레임을 걸어도 쌩~ 그나마 누수탐지 하는분은 제대로 작업을 하셨는데, 내가 뭐가뭔지 모르다보니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까짓거 직접 해보자. 근데 어떻게?
유튜브 영상을 정말 엄청나게 찾아봤다. 근데… 이렇게는 절대 내가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아. 직접 해보는 경험이 필요한데, 낡아서 바스락 거리는 집을 내가 무작정 덤벼들었다간 무슨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배울만한 곳을 찾아봤는데, 사설 교육업체는 겨우 몇번 알려주면서 수백을 받아가네. 한 3개월 경험 쌓게 해주면 모를까, 너무 양아치 같았다. 여기에 나같은 인간을 구원하는 곳을 찾았으니… 서울시가 지원하는 집수리 닷컴.

고작 8만원에 8번의 수업을 해준다. 바로신청…은 실패로 끝남. 40명 정원인데, 오픈런으로 정말 순식간에 마감된다. 다음 회차 재시도로 겨우 성공. 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거주를 확인하기위한 등본과 8만원을 보내면, 교육 전날에 안내가 날아온다.
조금 긴장되는 집수리 교육 1일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교육장이었다.

아니 여기는? 내가 운동겸 관악산입구에서 도림천(별빛내림천)에 만들어진 산책로로 가던 삼성동 시장 맞은편이 아닌가? 익숙한 장소였는데, 여기가 이런 곳인줄은 전혀 몰랐다 ㅋㅋㅋ
그렇게 시작한 1일차. 오전에 두시간 집수리 기본에대한 내용을 강의하고 5명씩 조편성을 했다. 강의 중간중간 쉬는시간을 자주주고 수업을 잼있게 하셔서 힘들진 않았다.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나 고민했는데, 도시락을 주네? 아니 이거… 8만원을 도시락 값으로 퉁쳐도 끝인데? ㅋㅋㅋㅋ

조별로 모여 초면이지만 스몰톡을 하며 식사. 각자 흥미로운 이유로 참가하셨는데, 얘기 듣는게 잼있었음 ㅎㅎ 조장을 뽑아야 했는데, 가위바위보로 정할까 내심 고민하던 찰나,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분이 직접 하시겠다고 나서셔서 다같이 박수 ㅋㅋㅋ 시간이 남아 조원분들과 가볍게 커피 한잔 하러 나갔다 왔다. 카페인을 끊었었는데, 얼떨결에 아아 마심. 뭐 슬슬 졸려올 때라 오후의 집중력을 위해 좋은 선택이었다.
오후 수업은 꽤 빠듯한 내용이었다. 공구 설명한다길래 그냥 뭐 수작업 하는 공구 몇개 알려줄줄 알았는데 집에서 써보지 못할 것들도 등장. 가장 기초적인 줄자부터 알려줬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어떻게 쓰는지, 줄자 끝 걸쇠는 왜 조금씩 움직이는지. 내가 줄자도 잘 모르고 있었구나 알 수 있었음.
다음은 기본적인 전동 드릴. 해보니까 이 기본적인 것도 쉽지 않더라 ㅋ 목재, 콘크리트 등 대상에 따라 비트를 바꾸고 드릴 설정을 바꿔가며 사용해야 한다. 나사에 제대로 밀착시키지 못하고 셋팅을 잘못하면, 나사선 뭉게지는건 순식간. 드릴은 사고 싶었는데, 미리 써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다음은 집에서 절대 써볼일이 없을 거 같은 컴프레셔로 사용하는 타카를 알려줬는데, 여러가지로 까다로웠다. 컴프레셔 연결부터 난관이었는데, 뺄 때 푸쉬!하며 엄청난 압력과 바람이 나와서 고막을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귀에서 삐- 소리가 남. 최대한 바닥을 향해서 손을내려 빼줘야 한다고. 타카도 박는 대상에 따라 타카못도 달라지고, 사용하는 타카도 달랐다. 실제로 총과 같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있지만, 좀 무서웠던 존재.
다음은 목재를 나눠주고 톱으로 직접 잘라보고, 역시나 집에서 써보기 힘든 각도를 줄 수 있는 전동 원형톱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전동톱이 짱이더라 ㅋㅋㅋㅋ 신기한 경험의 연속이었음.
레이저 수평계도 배웠는데, 유튜브 영상에서 욕실 시공할 때나 보던 거였다. 잘만쓰면 활용도가 무궁무진 하더라. 여기에 먹줄쓰는 법까지. 참여하신 분들이 연령대가 꽤 높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보량의 입력에 힘들고 지쳐 마지막엔 빨리 집에가고 싶어지긴 했었다 ㅋㅋㅋㅋ
내일을 기대하며
아무래도 거의 종일 이뤄지는 수업이다보니 별거 아닌거 같은데도 꽤 힘들었다. 사진이 초반에만 있고 뒷 수업은 없는 이유가 ㅋㅋㅋㅋ 막상 글을 쓰다보니 아쉽긴하네. 좀 힘들긴해도, 나같은 초보에겐 정말 너무나도 알짜배기로 꽉 채운 내용들이었으니. 강사분들도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뭐든지 물어봐도 답변을 잘해주신다. 생각보다 꽤 많은걸 배워갈 수 있을듯한 만족스런 수업이었다. 벌써부터 낡아빠진 어머니 집을 수리할 생각에 살짝 설렌다면 거짓말일까? ㅋㅋㅋ 내일은 목공배우는데, 어디까지 배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사족
마무리하고보니, 미처 얘기못한 부분이 있는데, 내가 듣는건 기초반이고 심화반이 따로 있다. 도배나 방충망등은 심화반에 가야함. 집 방충망 다 삭아서 찢어지고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건 심화반 가야한다. 심화반은 기초반 수료 후 가능하다고. 심화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